화폐공방 "라마스테"

1. 대공황

나는 30대 초반의 나이로 남들과 같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돈, 저축, 투자 등 경제분야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나는 별 볼일 없는 여러 업종의 회사를 다니며 20대를 보내왔다.

쉬지 않고 성실하게 사회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메타인지가 떨어지는 청년이었던 것 같다. 그런 바보 같은 내가 2019년 12월 말, 처음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물론 아무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단지 우리 모두의 온라인 무료 강의 플랫폼, 유튜브의 선생님들만 믿고 겁없이 주식 시장으로 달려갔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주식, 경제와 관련된 컨텐츠들을 접하며 무작정 증권 계좌를 만들었고 전국민의 주식 삼성전자를 구매하게 돼버렸다. 하지만 변덕쟁이인 나는 삼성전자 주식을 구매한 뒤에도 드넓은 무지의 불안감에 휘둘려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종목을 교체했다. 거시경제의 흐름, 유망 섹터별 추천 종목, 수급과 타점을 이용한 매매 방법 등 수 많은 정보들에 휩쌓여 사자, 팔자를 반복했고 증권사에 수수료를 헌납했다. 그렇게 2020년이 되고 어느덧 3월. 나의 어리석음이 가진 폭력성을 지켜봤다. 20대의 모든 시간을 갈아넣어 만든 코묻은 나의 돈이 파괴되는 것을. 대미친. 대공황.

(지금은 회복^_^)

 

2. 집

나는 더 어렸을 때부터 늘 새로운 것을 좋아했다. 새로운 음악, 영화, 옷, 그리고 회사. 20대 안에 내가 평생 일할 수 있을만한 업종을 찾는다면 30대부터 몰입하여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거야! 라고 바보 같이 생각했다. 평생 할 수 있는 일.

2020년 디지털노마드 시대에.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N잡을 가지며 패시브 인컴을 만들고 있는 이 시대에.

나는 분명히 너무나 뒤쳐져있었다. 내가 선택한 잦은 업종 변경은 30대가 된 나에게 시련을 안겨주었다. 이력서에 퇴사와 입사 항목이 늘어날 때 마다 면접 때 받는 퇴사 이유에 관한 질문의 양은 늘어만 갔다. 허접한 회사에서 쌓은 경력은 

완전히 다른 업종에 입사할 때 전혀 가산점이 되지 않았다. 직장생활 5년 동안 사원, 주임으로만 근무하며 늘 최저 연봉을 갱신했다. 또 직장을 자주 옮기다보니 일찍부터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저런 지역들을 옮겨다니며 월급, 월세. 월급, 월세. 월급, 월세. 월월! 바보같은 행동을 끝없이 반복했다. 첫 한두번의 이사는 행복했다. 새로운 지역에 대한 설렘,

새로운 회사 동료들, 난 새로움 충이니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하늘을 모르고 치솟았다. 서울이 오르고 규제가 강화되자 수도권의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풍선효과라나? 다시 또 규제. 규제. 규제. 규제. 이제는 지방의 아파트까지 분양을 시작하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10억. 생각해보자 10억. 분명히 신축 아파트도 아닌데다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언덕베기에 있을 오래된 아파트 한채의 가격이 10억. 나의 연봉에 40% 대출을 고려해도 10년 이상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미친. 대공황. 월월!

 

3. 뭐라도 해야겠다.

뭐라도 해야겠다.

국제적인 저금리 기조에 코로나19로 인한 전례없는 주식 가격 하락에 힘입어 투자 광풍이 불었다는 것은 느껴 봤으니까 알겠다.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이 굉장한 버블이니 다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제언들이 많다는 것도 알겠다. (유튜브에 예언자 넘나 많음)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나는 계속해서 전국을 순항하며 오리지널 노마드의 삶을 살게 될 것이고, 월세로 내 쥐꼬리만한 월급을 탕진하게 될 것이며,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 또 다시 직업을 바꿀 것이며, 나의 정체성은 저 세상으로..시옷비읍

결정적인건 앞으로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해갈 것이다. (테슬라, 스페이스엑스에 대해 알게되고 진짜 깜짝 놀람)

큰 좌절. 

다행일까. 현재 나는 부동산 업계의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고, 남들보다 자산 시장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밤낮없이 일만 하다가 지쳐 잠드는 것이 큰 문제. 진짜임.) 그동안 유튜브 귀동냥으로 경제란 분야 전체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정도 상황으로 뛰어난 경제 컨텐츠 생산자들. 블로거, 유튜버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뭐라도 해야겠다. 자본주의에 대하여, 이 무서운 세상에 대하여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스스로 공부하며 그 정보들을 나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을 불쌍한 나의 세대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면......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개설한다. 물론 이번만은 꾸준히 몰입하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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